
“변호사님, 술김에 한 번 실수한 겁니다.
저 살면서 경찰서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초범인데 설마 감옥에 가거나 신상 정보가 공개되진 않겠죠?
기소유예로 끝낼 수 있을까요?”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둔 의뢰인 분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평생 범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성범죄 피의자가 된 상황.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초범’이라는 사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계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안녕하세요. 검사 재직 시절 성범죄 전담부에서 수많은 강제추행 사건을 수사하고 처분을 내렸던, 배한진 형사전문변호사입니다.
의뢰인분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수사 현장의 분위기는 냉혹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막연한 희망 고문 대신, 강제추행초범이 마주하게 될 현실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려 합니다.
1. “초범이니까 괜찮다?” 위험천만한 착각입니다
과거에는 강제추행초범이고 술에 취한 상태(심신미약)였다는 점이 참작되어 비교적 가벼운 처벌(기소유예나 약식기소 벌금형)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극도로 높아졌고, 사법부의 양형 기준 또한 매우 엄격해졌습니다.
검사는 ‘초범’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쉽게 용서하지 않습니다.
제가 검사로 재직하며 사건을 배당받았을 때, 피의자가 초범인 것은 기본적인 고려 사항일 뿐이었습니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죄질’과 ‘피해자의 피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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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의 수법이 대담하거나 악질적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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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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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장소가 공개된 장소이거나 폐쇄적인 공간이었는지 여부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아무리 강제추행초범이라 하더라도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되면 구공판(정식 재판 회부)되어 실형이 구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 벌금형이 끝이 아닙니다: 당신의 발목을 잡을 ‘보안처분’
많은 분들이 최악의 경우라도 “벌금 좀 내고 말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강제추행죄는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는 순간,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보안처분’이 뒤따릅니다.
이 보안처분이 사실상 사회적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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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등록: 최장 30년간 경찰서에 매년 출석하여 사진을 찍고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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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공개·고지: 소위 ‘성범죄자 알림e’에 얼굴과 주소가 공개되고, 이웃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고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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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제한: 공무원, 교사, 의료인 등은 당연퇴직 사유가 되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최장 10년간 취업이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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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 제한으로 인한 해외 입출국 문제 등
단 한 번의 실수로 강제추행초범이라는 꼬리표를 넘어, 평생 ‘등록된 성범죄자’로 살아가야 하는 위기에 처하는 것입니다.
3. 검사 출신 변호사의 솔루션: 목표는 ‘기소유예’입니다
그렇다면 강제추행초범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노려야 할 최선의 결과는 바로 검찰 단계에서의 ‘기소유예’ 처분입니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나, 피의자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불기소) 사건을 종결하는 것입니다. -> 전과 기록이 남지 않으며, 신상정보 등록 등 보안처분도 피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검사 시절 기소유예 도장을 찍었던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합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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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합의: 피해자는 가해자를 만나는 것조차 공포스러워합니다. 무턱대고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간주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노련한 변호사가 중재자로 나서서 조심스럽게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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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 자료 준비: 단순히 “반성합니다”라는 반성문 몇 장으로는 부족합니다. 검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양형 자료(재범 방지 교육 이수, 심리 상담 내역, 주변인 탄원서 등)를 전략적으로 구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4. 맺음말: 골든타임은 ‘첫 경찰 조사’ 직전입니다
강제추행초범 사건의 성패는 첫 경찰 조사에서 80% 이상 결정됩니다.
수사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혼자서 경찰 조사에 임했다가, 당황해서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진술을 번복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기소유예를 결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의 순간, 안일한 대처로 평생 후회할 결과를 만들지 마십시오. 검사의 칼과 변호사의 방패를 모두 경험한 저 배한진이, 여러분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