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어디까지가 강제추행입니까?”입니다. 답은 짧지만 설명은 길어집니다. 법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게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말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두 갈래, ① 어떤 행동이 ‘추행’인가, ② 그 행동을 밀어붙인 힘(폭행‧협박‧위력)이 있었는가입니다. 형식보다 맥락이 중요합니다.
‘추행’은 사회 일반의 눈으로 볼 때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피해자의 연령과 관계, 장소·시간, 대화의 흐름, 신체 접촉 부위와 방식, 이전의 관계까지 함께 보아 판단합니다. 그래서 억지 키스, 뒤에서 끌어안기, 옷 위로 가슴·엉덩이·허벅지를 쓰다듬는 행위는 통상 추행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의학적 처치나 구조행위처럼 성적 맥락이 없으면 추행이 아닙니다. 판단의 잣대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객관적 사정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폭행의 크기입니다. 강제추행은 반드시 상대를 제압할 만큼 거센 폭력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포옹이나 키스처럼 추행 자체에 수반된 가벼운 신체적 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실무에서는 ‘기습추행’이라 부르고, 대법원도 “상대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어깨를 주무르거나 얼굴을 밀착해 비비는 행위가 문제된 사례들도 같은 이유로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축은 동의와 그 범위입니다. 누군가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을 허용했다고 해서, 그 예상 범위를 넘는 접촉까지 자동으로 허용한 것이 아닙니다. 관계의 친밀도와 상관없이 사람은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고, 그 시점 이후의 접촉은 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그 범위를 넘어서는 접촉은 거부할 수 있다”고 반복해 판시해 왔습니다.
술이 섞인 사건에서는 조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술‧약물‧수면 등으로 사실상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같아집니다. 술김에 “그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더 무겁게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관계에서 생기는 힘의 차이도 중요합니다. 직장 상사·지도교수·코치처럼 보호·감독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배경으로 성적 접촉을 강요했다면, 굳이 물리적 폭력을 쓰지 않아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별도 처벌됩니다. 권력관계에서 나오는 압박과 불이익의 공포 자체가 추행을 밀어붙인 힘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지하철·버스·공연장 같은 공중이 밀집한 곳이라면, 따로 폭행·협박을 논하지 않아도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처벌됩니다. 이 죄에서도 ‘추행’의 의미는 강제추행과 같습니다. 군중에 섞여 은밀히 스친 접촉을 “실수였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많은데, 행위의 반복성·손의 움직임·피해자의 반응·CCTV 동선 등이 고의를 가르는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제추행이 아닌가도 짚어야 합니다. 신체 접촉이 없이 카메라로 특정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면 주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로 다루어집니다. 상스러운 말이나 문자 메시지는 모욕·협박·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전송 등으로 문제될 수 있지만, 통상 강제추행으로 보지는 않습니다(다만 이런 행위가 신체 접촉으로 이어진 경우 사정은 달라집니다). 강제추행의 경계는 신체 접촉을 수단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가에 놓여 있습니다.
실무 팁을 덧붙입니다. 피해를 당했다고 느꼈다면 날짜·장소·대화, 몸의 반응까지 메모하고, 병원·CCTV·동선 기록을 확보하십시오. 피고소인 입장이라면 연락을 멈추고 자료를 보존해야 합니다. “사과 한마디”가 오히려 고의·인정의 증거로 둔갑하는 일이 잦습니다. 무엇보다 두 경우 모두 사실관계에 맞는 죄명과 법리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섣부른 합의나 진술보다 사건 구조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국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입니다. 같은 손길도 맥락이 달라지면 결론이 바뀝니다. 강제추행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고, ‘가벼운 장난’이라는 자기평가가 법의 언어로는 전혀 다르게 번역됩니다. 감정이 아니라 기록과 법리로,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로 접근할 때, 원하는 결론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형사전문변호사 배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