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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를 지운 뒤의 삶은 가능할까

배우 조진웅 씨의 사건을 접하며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형사사건의 가해자는, 유죄 판결 이후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형사사건에서 가해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형이 확정되고 집행이 종료되면, 혹은 형사합의나 손해배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법적 책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의 관점에서 보면 그 순간 가해자는 ‘처벌이 끝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유죄 판결이라는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당사자의 이름 앞에는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가 붙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가해자를 용서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회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또 다른 고통일 수 있습니다. 용서와 일상의 회복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적어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고, 법적 책임을 모두 이행한 사람에게까지 사회가 영구적인 배제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입니다. 형벌의 목적이 응보와 처벌에만 있지 않고, 교화와 사회복귀에 있다면, 처벌 이후의 삶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셈일지도 모릅니다.

 

형사재판의 법정에서 저는 늘 ‘사건’과 ‘사람’을 구분하려 애씁니다. 잘못된 행위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행위가 한 인간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과, 다시 살아갈 기회를 가질 자격은 반드시 동일선상에 놓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앞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가해자의 복귀가 피해자의 고통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진정한 반성, 그리고 피해자의 용서가 충분히 이행된 다음에야 비로소 가해자의 사회 복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관용도, 무기한의 배제도 모두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형사전문변호사 배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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