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성적 혐오 표현을 게시한 경우, 그 게시물이 실제로 피해자에게 알림(notification)으로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요건인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SNS의 기술적 구조와 이용 방식, 특히 멘션 기능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건의 경과와 대법원의 법리 판단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요즘 SNS에서 발생하는 성적 비방·위협 사건이 급증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차단되어서 상대가 못 보는데도 처벌이 되나요?”라고 문의하십니다. 이번 판례는 이러한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사건 개요
피고인은 SNS 플랫폼 ○○○에서 피해자 계정을 특정하며 극도로 성적인 혐오 표현을 게시했습니다. “자궁과 생리혈을 뜯어 먹자”, “성고문 하자”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피고인은 게시글에 피해자의 계정을 ‘@’로 표기하는, 이른바 멘션 기능을 사용하였습니다. SNS 이용자라면 멘션이 ‘상대방에게 게시글 알림을 보내기 위한 기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는 이미 피고인의 계정을 차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멘션 알림이 전달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직접 피고인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 사실관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원심(항소심)의 판단 – 무죄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한 이상 멘션 알림은 전달되지 않았고, 피해자는 스스로 피고인의 계정을 검색하는 별도의 행위를 통해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작성한 게시글이 피해자의 ‘지배영역’ 안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즉, “피해자가 별도의 검색을 해야만 볼 수 있는 글이라면, 이것은 ‘도달’이 아니다”라는 논리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
대법원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도달’의 의미를 원심이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말하는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글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지가 기준이라는 것이지요. 즉,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했습니다.
-
피고인은 멘션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를 특정하였다.
-
멘션 기능은 원칙적으로 ‘지목된 상대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장치’라는 점이 SNS 이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하여 알림이 전달되지 않은 것은 피해자 측 조치로 인한 기술적 사정일 뿐, 피고인의 ‘도달 행위’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게시글은 피고인의 SNS 계정에 일반 게시 형태로 올라와 있었고, 피해자는 별다른 제한 없이 검색만 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특정하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게시글을 멘션 기능을 통해 공개적으로 게시한 이상,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따라서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
판례의 의의 – SNS 환경에서의 ‘도달’ 개념 재정립
이 사건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해석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피해자가 실제로 봤는지’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둘째, SNS의 기술적 구조(멘션, 태그 등)와 이용자 일반의 인식을 기반으로 판단한다.
셋째, 차단 등 기술적 조치로 인해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상대를 특정하여 성적 혐오 표현을 게시한 경우 ‘도달’로 평가된다.
요즘 SNS에서 ‘차단했으니까 문제 없다’, ‘상대가 직접 검색해야만 볼 수 있었으니 도달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러한 주장이 형사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실무적 조언
따라서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특히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SNS에서 특정인을 향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표현을 작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고, 멘션, 태그, 댓글과 같이 상대를 특정하는 기술적 도구를 사용한 경우 책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나아가 피해자가 차단해 두었더라도 가해자의 ‘도달 행위’ 자체는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셔야겠습니다. 최근 같은 유형의 사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례의 흐름은 상담 및 사건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아래는 대법원 판례 전문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5도986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 심 판 결 수원지방법원 2024. 12. 13. 선고 2024노2002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1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5. 18. 18:00경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라 한다)인 ○○○에 접속하여 피해자 공소외인(여, 21세)의 계정을 언급하며 “이년의 자궁과 생리혈을 뜯어 먹자”, “최대한 성희롱으로 타격을 줄 것이고, 법이 지키는 한 나는 너를 모독할 것임”, “통구이로 먹어서 성고문 하자”는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해자는 ○○○에서 피고인과 논쟁하던 중 피고인의 ○○○ 계정을 차단하였다. 피고인은 이후 자신의 ○○○ 계정에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면서 ‘@’ 표시 뒤에 피해자의 ○○○ 계정을 표기하였으나, 피해자는 피고인을 차단한 상태였으므로, 피해자에게 이 사건 게시글에 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는 스스로 피고인의 ○○○ 계정을 검색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찾는 별도의 행위를 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확인하여 인식한 것이므로, 이 사건 게시글이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그 존재와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대법원의 판단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이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이라 한다)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서 정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구성요건 중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휴대전화,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그 글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야 하고,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글 등을 인식 또는 확인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8도1461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피고인은 ○○○에서 피해자가 작성한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다투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 계정을 차단하여 더 이상 피해자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자, 자신의 ○○○ 계정의 게시 공간에 피해자를 지목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악의적․공격적 내용의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 표시 뒤에 피해자의 ○○○ 계정을 표기(일명 ‘멘션’ 기능으로, 표기된 ○○○ 계정의 사용자에게 게시글에 관한 알림이 전달된다)한 사실, 피해자가 피고인의 ○○○ 계정을 차단하여 게시글 관련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으나 이 사건 게시글은 피고인의 ○○○ 계정을 검색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손쉽게 볼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의 ○○○ 계정에서 작성된 이 사건 게시글의 형식(피해자를 특정하여 ‘멘션’ 기능 사용)과 내용(피해자만을 지목한 악의적․공격적인 내용) 및 ○○○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멘션’ 기능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단순히 인터넷 게시판이나 ○○○ 등 SNS 계정에 글을 쓴 것과 달리 피해자를 겨냥하여 작성한 이 사건 게시글을 ○○○ 계정에서 ‘멘션’ 기능을 활용하여 게시함으로써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립하였다. 그 이후 피해자가 무슨 이유에서든 피고인의 ○○○ 계정을 검색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정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의 의미와 해석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