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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국내 최연소 구속 소년범 사건, 재범을 막을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년법전문변호사로서 다양한 소년범죄를 다루며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아이가 꼭 쇠창살 뒤에서 자라야 할까?” 하지만 뉴스를 통해서 이 사건을 접하고서는 질문이 쉽지 않았다. 사상 최연소로 징역 장기 2 년 6 개월(단기 2 년)과 함께 40 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 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선고받은 만 14 세 A군의 사건이다.(2024고합295)

재판부는 “소년이라 믿기 힘든 폭력”이라는 표현으로 양형의 무게를 설명했다. 피해자는 A군 여동생의 친구, 겨우 열한 살이었다. 엘리베이터·옥상·가정집을 오가며 이어진 추행, 온라인 메시지로 반복된 협박, 그리고 공모된 강간 시도, 그 세밀한 준비성과 잔혹성은 ‘어린 나이’라는 방패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A군이 촉법소년 신분을 벗어난 지 겨우 며칠 만에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경계 삼아 만들어 둔 제도적 안전지대를 비웃듯 선을 넘어버렸다. “처벌 대신 교정”이라는 소년법의 철학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법원은 ‘교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40 시간, 듣기에 짧다. 그러나 소년원 정규 프로그램도 24~40 시간 안에 머무는 현실에서, 법원이 실형과 치료명령을 ‘패키지’로 묶었다는 점은 의미가 남는다. 문제는 그 시간이 과연 깊이를 가진 ‘치유의 시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숫자는 경고음을 울린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간·추행 촉법소년은 불과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 촉법소년 전체는 1만 9,653명에 달했다. 뜨거운 처벌 강화론과 형사연령 하향 주장 사이에서, 우리는 ‘재범을 막을 실질적 장치’를 얼마만큼 마련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A군 사건이 던진 질문은 명료하다. “낙인을 찍을 것인가, 변화를 설계할 것인가.” 짧은 형기와 몇 시간의 프로그램으로는, 피해자의 상처도 가해자의 왜곡된 성 인식도 치유되기 어렵다. 학교·지역사회·보호관찰소·치료기관을 하나로 엮는 촘촘한 매뉴얼이 없다면, 형이 끝난 뒤의 공백에서 또 다른 피해가 싹틀 뿐이다.

소년범죄 전문 변호사로서 나는 여전히 두 갈래 길을 오간다. 한쪽은 “소년에게도 엄벌”을 외치는 분노이고, 다른 한쪽은 “소년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희망이다. 다만 둘 모두가 요구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재범을 막을 만큼 충분히 길고, 깊은 ‘개입의 시간’을 확보하라. 40 시간이든, 400 시간이든, 그 속을 채우는 것은 제도와 사람이다. 치료와 교육, 보호관찰이 빈틈없이 이어질 때만이 ‘소년이라 믿기 힘든 폭력’이라는 문장이 다시 쓰이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번 판결이 “소년범도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만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교훈은, 소년에게 가해지는 단호한 책임견고한 회복 프로그램이 함께 갈 때에만, 피해자의 삶도 가해자의 미래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년법전문변호사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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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awtalknews.co.kr/article/78Q0W0AZMA3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