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AI 성착취물에 관한 2024~2025년 연속 개정은 “기술이 피해 속도를 앞지르는” 현실을 따라잡기 위한 궁여지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10월 16일, 성폭력처벌법은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의 소지·시청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제작·편집·반포 행위의 최고형을 7년으로 높였다. 이어 2025년 6월 4일과 21일 두 차례 추가 개정으로, 성인 대상 사건에도 신분비공개·신분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즉시 삭제‧차단 명령, 범죄수익 전액 몰수, 피해자 보호시설 지정 규정을 신설했다. 이로써 “디지털 성범죄는 곧 성폭력범죄”라는 입법 취지가 형량뿐 아니라 수사방식·피해 회복 절차까지 관통하게 되었다.
개정의 핵심은 세 갈래다. 첫째, 수사권 강화다. 위장 계정으로 딥페이크 유통망에 잠입할 수 있게 된 수사기관은 포렌식 범위를 클라우드와 로그까지 넓히고, ‘위장수사 보고서’ 작성 의무로 증거 적법성도 담보하게 됐다. 둘째, 처벌·형량 상향이다. 제작·편집·반포는 상한 7년, 영리 목적이면 3년 이상, 소지·시청만으로도 처벌되는 구조여서 초범이라 하더라도 구속 수사 빈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 피해자 보호와 범죄수익 박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플랫폼의 삭제‧차단 의무가 ‘통보 후 12시간’으로 규정되고, 토큰·가상자산까지 몰수·추징 대상이 명문화됐다.
실무적으로 피의자·변호인은 초기 전자기기 포렌식이 ‘별건 압수’로 변질되지 않도록 압수·수색조서를 즉시 열람·복사해 두어야 한다. 위장수사 로그와 보고서는 향후 증거능력 다툼의 핵심이므로 열람권 행사가 방어의 출발점이다. 반성문, 피해자 심리치료비 선지급, 삭제지원 연계 등 피해 회복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집행유예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는 삭제지원센터·상담소가 발행하는 ‘삭제 확인서’와 ‘상담 확인서’를 확보해 민·형사 병합 소송의 손해배상 근거로 삼는 것이 실효적이다.
플랫폼과 기업도 책임이 무거워졌다. AI 필터링 로그 1년 보관, 긴급 차단 요청 12시간 내 이행, 차단·삭제 건수와 평균 처리 시간을 포함한 투명성 보고서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딥러닝 필터 우회 시도’ 기록조차 누락되면 과태료·손배소 위험이 커졌다. 특히 해외 EU‧DSA 규제와 국내 K-컴플라이언스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전담 조직을 두고 내부 정책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결국 이번 연속 개정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관한 최초의 원스톱 대응 패키지”다. 기술 발전 속도를 법제와 수사·사법 절차가 비로소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입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피해자·플랫폼·수사기관·법률가가 함께 ‘디지털 발자국 책임 공동체’를 형성할 때 비로소 법의 실효성이 완성될 것이다.
글│배한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