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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착취물, 갖고만 있어도 처벌되나요?

성착취물, 딥페이크 음란물 등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과 상담을 진행하자면 “변호사님, 그냥 폴더에 들어 있기만 해도 죄가 되나요?”라는 물음부터 받는다.

클릭 한 번이면 합성이 가능해진 세상, ‘딥페이크’라는 단어는 더 이상 기술 뉴스의 제목이 아니다. 피해자의 얼굴과 목소리가 뒤틀려 돌아올 때, 공포는 화면 밖으로 번진다. 그래서일까. 2024년 10월 16일, 국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소지‧구입‧저장‧시청’만으로도 최대 징역 3년(또는 벌금 3,000만 원)을 부과하는 단서를 새로 달았다. 법률 제20459호, 이른바 ‘딥페이크 소지죄’의 탄생이다.

‘갖고만 있어도’라는 한 줄이 생긴 까닭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유통 경로를 들여다보면, ‘제작→소지→재유포’가 고리처럼 이어진다. 합성·편집 피해 통계를 보면 10대·20대가 92.6 %를 차지할 만큼 젊은 층이 집중 표적이 됐다.
어른들의 호기심·장난이란 변명이 남긴 파편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에 꽂힌 셈이다. 입법자는 ‘유포만 단속해서는 흐름을 끊을 수 없다’고 보고, 소지만으로도 고리를 자르기로 했다.

오늘 책상 위에 놓인 사건 파일

며칠 전 경찰은 ‘사이버성폭력 범죄 집중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7개월 만에 963명을 검거했고, 그중 59명은 구속됐다.
압수된 노트북엔 저장용량 절반이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그중 일부는 자동 백업 폴더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피의자는 “다운로드가 되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메신저 기록엔 ‘합성 잘 됐네 ㅋㅋ’ 같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법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따지는가

재판의 쟁점은 늘 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이다. 브라우저 캐시만 잠시 스친 파일, 클라우드 자동백업처럼 사용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저장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그러나 메시지 한 줄, 썸네일을 눌러본 로그만으로도 ‘인식’이 입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변호사로서 자주 권하는 세 가지

  1. 자동 다운로드 끄기 – “알고 보관했다”는 오해를 예방한다.
  2. 발견 즉시 삭제·자수 – 수사기관에 먼저 사실을 알리면 구속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3. 증거를 숨기지 말 것 – 파일 삭제 흔적을 지우려다 증거인멸 혐의가 붙으면 형량은 오히려 불어난다.

내일의 숙제, 그리고 한 줄 감상

오는 2025년 6월 21일부터는 같은 법이 한 발 더 나아가, 딥페이크 범죄로 얻은 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하도록 바뀐다. 이제 ‘파일’뿐 아니라 ‘돈’까지 끊어내겠다는 선언이다.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선 긋기”다. 선을 넘으면 형벌이 기다린다. 그러나 선의 안쪽, ‘재미로’ 공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을 붙잡는 건 각자의 양심이다. 너른 인터넷 바다에서 호기심은 쉽게 유혹받지만, 한번 저장된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딥페이크 영상을 품은 폴더를 열어볼 때, 화면 너머 누군가의 떨리는 밤을 함께 들여다본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혹시 이미 경계를 넘어섰다면, 증거를 정리하고, 전문가에게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야말로 더 늦기 전에 피해와 가해의 사슬을 끊는 첫걸음이다.

 

형사전문변호사 배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