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사이트, 불법 대부업, 유사수신 범죄와 관련하여 단순 가담자임에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의율되어 중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의 상부가 아닌 상담원, 팀원, 실무자급 인원들까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범죄단체 성립 요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거나,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개별 범죄행위가 명확히 특정되지 않더라도 조직·가입·활동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선고형이 중해질 뿐 아니라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범위 또한 대폭 확대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먼저 범죄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 목적’이 분명히 인정되어야 합니다. 판례는 단체가 처음부터 불법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되었는지, 또는 외형상 합법적인 활동을 가장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범죄 수행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업무 시작 전 범행 매뉴얼 교육을 받았는지, 자신이 수행할 업무가 전화금융사기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다단계 방문판매나 중고차 매매 사건에서는, 일정 부분 위법성이 동원되었더라도 단체 전체가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되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범죄단체성이 부정된 사례도 다수 존재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계속적인 결합체’와 ‘최소한의 통솔체계’입니다. 형법상 범죄단체는 반드시 폭력조직처럼 엄격한 수직 구조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범죄 공모를 넘어 일정한 조직성과 지휘·통솔 구조가 존재해야 합니다. 판례는 본부–콜센터–현금인출팀 등으로 역할이 분화되어 있고, 총책이나 간부급 인물이 조직을 관리·지휘하며, 구성원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한 경우 범죄단체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원 수가 적고 임원회의 참석이 강제되지 않으며, 구성원 간 지휘·명령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범죄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내부질서 유지 체계입니다. 범죄단체는 반드시 문서화된 규약이나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조직원 교육, 상명하복 관계, 내부 규율 위반 시 제재, 이탈 방지 장치 등 조직의 존속을 위한 질서 유지 장치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 판례에서는 복종서약서 작성, 대표나 팀장에 대한 예절 교육, 배신 금지 규율 등이 반복적으로 교육된 사례에서 범죄단체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반면, 단순히 근태를 독려하기 위한 지각비 제도 정도로는 내부 규율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다수 확인됩니다.
가입과 탈퇴의 자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형법상 범죄단체는 폭력행위처벌법상의 범죄단체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 반드시 수반될 필요는 없지만,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탈퇴를 어렵게 하거나 조직에 대한 함구를 강요하는 등 실질적인 이탈 제한이 존재한다면 범죄단체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콜센터 사건에서 여권을 관리하거나, 탈퇴 시 피해금 반환을 요구한 사례는 전형적인 범죄단체 인정 사유로 작용하였습니다.
아울러 수익 분배 구조도 핵심적인 판단 기준입니다. 일반적인 범죄단체는 조직 내 지위와 역할에 따라 급여나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내부 통솔체계를 유지합니다. 반면, 각 팀이 독립적으로 수익을 가져가고 대표에게 수익이 집결되지 않는 구조라면, 단체 전체를 범죄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판시도 최근 하급심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형법 제114조는 2013년 개정을 통해 ‘범죄집단’ 개념까지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범죄의 위험성이 큰 다수인의 결합을 처벌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다만 판례는 범죄집단 역시 합동범이나 공동정범과 구별될 정도의 최소한의 조직성은 요구하고 있으며, 단순히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거나 느슨하게 결합된 정도만으로는 범죄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죄수 관계입니다.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후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조직·가입죄와 활동죄는 포괄일죄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또한 범죄단체 활동죄와 개별 범죄행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어느 죄의 법정형이 더 중한지에 따라 전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수사 단계부터 범죄단체 성립 여부 자체를 다투는 전략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결국 형법상 범죄단체·범죄집단 사건의 핵심은 ‘내가 단순히 범죄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범죄를 목적으로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했는지’를 구별하는 데 있습니다. 조직의 구조, 내부 규율, 지휘·통솔 관계, 범죄 목적에 대한 인식 정도는 모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치밀하게 다투어져야 합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에 비해 과도하게 범죄단체 혐의가 적용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법리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유사수신, 불법 대부업 사건에서 범죄단체 혐의로 수사를 받고 계시다면, 초기 진술 단계부터 형법 제114조 성립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체성 인정 여부에 따라 결과는 실형과 집행유예, 나아가 무죄까지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