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쌓이는 폭력”
데이트폭력(교제폭력)은 한때 ‘사적인 다툼’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이제는 명백한 범죄로 분류됩니다. 그럼에도 통계는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4년 1~4월에만 4,400명이 교제폭력 혐의로 검거돼 하루 평균 36명이 입건됐고, 연간 형사입건 건수는 2018년 1만 203건에서 2023년 1만 3,939건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해 2월 발표된 잠정 집계도 같은 추세를 확인시켜 줍니다.
1. 법의 사각지대는 어떻게 메워지고 있나
| 구분 | 현행 적용 법률 | 최근·예정 변화 |
|---|---|---|
| 반복적 괴롭힘·위협 | 「스토킹처벌법」(최고 5년 징역) | 2024.1 반의사불벌 삭제, 보복스토킹죄 신설 추진(1년↑ 실형) |
| 신체적 폭행·상해 | 형법·특수폭행, 상해죄 | 교제폭력 특례법 제정안 재발의(2024·2025) |
| 정신적·경제적 통제 | 가정폭력특례법·형법 협박죄 |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2025.7 시행)으로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주 확대 |
핵심 포인트
- 별도 법률 부재: 가정폭력특례법은 ‘동거·혼인’ 관계만 직접 규율해, 연인 사이 폭력은 스토킹처벌법·형법에 쪼개어 적용됩니다.
- 반의사불벌 폐지: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 조항이 2024년 삭제돼,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해도 수사가 계속됩니다.
- 입법 움직임: 올해 6월 국회엔 ‘교제폭력 정의·처벌 강화’ 개정안이 다시 상정됐고, 여성폭력방지정책 시행계획(2025)에는 교제폭력 범위 · 남성 피해자 포함이 명시될 예정입니다.
2. 피해자라면 기억해야 할 세 단계
- 즉시 신고, 즉시 분리
112·긴급 문자로 신고하면 경찰이 응급조치→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순으로 가해자 접근 제한(최대 100 m)·유치장 유치 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증거 확보
– 의료 기록: 상처 사진·진단서, 정신과 소견
– 전자 기록: 통화 녹취, 협박 문자·메신저, 위치추적 앱 로그
– 주변 진술: 목격자, CCTV, 카드 사용내역 - 전문 기관·법률 지원
1366(여성폭력), 해바라기센터 등과 곧바로 연결해 피해 진술 조서 작성 단계부터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가해자·가족의 “합의하자” 압박에 홀로 대응하면 증거 훼손·진술 번복 위험이 큽니다.
3. 가해 혐의를 받는 쪽의 주의점
- 접근·연락 즉시 중단: 경찰 서면경고 또는 잠정조치 위반은 별도 죄가 됩니다.
- 모든 대화·현장 기록 보존: 상대가 먼저 위협했거나 정당방위·상호 폭력일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를 삭제하지 말 것.
- 선임 변호인 통한 진술 전략: 초기 조사에서 “감정적이었다” 같은 모호한 표현은 폭행 고의·계획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4. 왜 끊이지 않을까—구조적 원인 세 가지
- 밀착 관계의 은폐성: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상과 안전망을 동시에 쥐고 있어 신고·증언을 어렵게 만듭니다.
- 처벌 체계 이원화: 형법·스토킹처벌법·가정폭력특례법 사이에서 관할과 보호 명령이 달라 ‘신속 일관 대응’이 늦어집니다.
- 반복 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 피해·가해 모두 ‘한 번의 싸움’으로 축소해 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5. 앞으로의 과제
- 단일 특례법 또는 가정폭력법 포괄 개정: 친밀한 관계 폭력을 별도로 규정해 보호명령·전담재판부·가해자 치료명령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클레어법(가해 전과 공개) 도입 검토: 영국 사례처럼 교제 상대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선제적 회피’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재범 방지 전문기관 확충: 가해자 심리치료·알코올·약물 중재 프로그램이 법원 명령으로 체계화될 때 재범률이 뚜렷이 낮아졌다는 해외 연구가 있습니다.
맺으며
데이트폭력은 친밀함을 무기로 한 범죄입니다. “사과했으니 끝났다”는 통념도, “둘 사이 문제”라는 3자 방관도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빠른 신고와 증거 보존으로, 가해 혐의자는 접근 중단과 절차적 대응으로 자신을 지키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입법·수사·사법이 ‘관계가 아닌 행위’를 중심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줄 때,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통계가 아닌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