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나도 모르게 가담자’? 고의성 없는 연루 사건의 대응법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는 통신사 관리 책임이 강화되고, 금융사 배상 규정이 도입되며, AI를 활용해 사기 패턴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보다 촘촘한 대응 체계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피해자 보호와 예방 차원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범죄의 고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입니다.
저는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나 ‘수거책’으로 몰려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대부분은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거나, 지인을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쉽게 납득하지 않습니다. “의심할 만하지 않았나?” 하는 점만 입증되면 ‘미필적 고의’로 사기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1. 증거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채용 공고, 문자·카톡 대화 내용, 입출금 내역, 업무 지시 메신저 캡처 등 객관적으로 ‘범죄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정황’을 보여줄 자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텔레그램처럼 상대방이 대화를 삭제하면 흔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심이 든 순간부터는 캡처를 습관처럼 남겨두셔야 합니다.
2. 자진 신고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본인이 먼저 경찰에 알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혐의 처분이나 감경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3. 수사 과정에서는 진술이 관건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면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지시를 받았는지, 당시 왜 의심하지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4. 전문가 조력이 초기부터 필요합니다.
형사 사건은 초반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초기에 전략을 세우고, 구속영장을 피하거나 무혐의 처분 가능성을 높이려면 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보이스피싱은 이제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련자들이 고의로 범죄에 가담한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일에 참여했다가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경우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자료와 논리로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감당하지 말고, 초기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본인의 무고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형사전문변호사 배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