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초동’을 보다 보면, 변호사로서 평소에 품고 있던 철학적인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에피소드로 녹아 있어 많은 공감이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변호사는 선과 악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뢰인의 편에 서서 그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게 이 직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신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은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 피해자가 있기도 해서, 때때로 마음이 흔들리고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제가 맡는 사건의 대부분은 강력범죄와 관련된 일들이고, 의뢰인은 흉악범이거나 흉악범으로 오해받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변호사는 그 말을 믿고, 그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변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흔들리는 순간에 저에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단지 내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 곁에 서야 합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세상의 시선을 감당하며 이 자리를 지킵니다. 그것이 ‘프로’답에 일하는 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