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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에서의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이란?

준강간죄,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신상실·항거불능”입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를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조문은 짧지만, 수사와 재판에서는 이 단어들이 사건의 향배를 좌우합니다. 오늘은 실무가 어떤 눈금으로 이 상태를 판단하는지, 경계사례와 입증 포인트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심신상실: 의사결정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

법원이 말하는 심신상실은 단순한 취기나 판단 흐림이 아니라,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통제할 능력 자체가 소멸된 상태를 뜻합니다. 전형적으로는

  • 수면·실신·의식 소실,
  • 약물·주취로 인해 기억과 통제가 끊긴 수준의 만취,
  • 지병·장애 등으로 그 순간 스스로 선택·거절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두 가지. 첫째, 시점성입니다. “그날 밤 1시 20분, 그 행위가 개시될 때”를 기준으로 봅니다. 둘째, 정도입니다. “말이 어눌했다” “비틀거렸다” 같은 인상론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행 영상·결제·이동 동선, 기억 공백, 혈중 알코올 수치 등 객관자료가 맞물려야 심신상실의 문턱을 넘습니다.


2) 항거불능: 거부 의사를 ‘형성·표현·실행’할 수 없는 상태

항거불능은 의식이 남아 있어도 거부 의사를 만들거나 내보내거나 현실화할 능력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 만취·약물·공포·쇼크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얼어붙은 경우,
  • 신체가 구속돼 있거나 좁은 공간·이동 차량 등에서 현실적 저항이 불가능한 경우,
  • 위력·권세 관계로 인해 거절하면 즉각적 불이익이 확실해 거부 표현이 사실상 차단된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

항거불능은 “전혀 움직이지 못해야만” 성립하는 게 아닙니다. 현저히 곤란하면 충분하며, 피해자가 사건 중에 일부 반응을 보였다는 이유로 배척되지는 않습니다. 관건은 당시 사정을 종합해 “실제적 거부의 길이 열려 있었는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3) ‘이용’ 요건과 강간(297)과의 경계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피해자가 이미 그런 상태에 있음을 알고(또는 미필적으로 알면서) 그 허점을 이용해 행위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가해자가 폭행·협박으로 항거불능에 이르게 한 뒤 간음·추행했다면 그것은 통상 강간(또는 강제추행) 에 해당합니다.
다만 술·약물을 권유·제공해 피해자가 스스로 과음하거나 약물 반응을 일으킨 뒤 그 상태를 틈타 행위했다면, 폭행·협박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이용’에 의한 준(準)범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경계사례에서의 실무 잣대

  • 클럽·술자리: “스스로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기억 공백·보행 장애·동선 통제 같은 외형이 함께 입증되어야 심신상실·항거불능이 인정됩니다.
  • 수면 중 연인·배우자: 관계의 친밀도와 무관하게, 수면은 전형적 심신상실로 취급됩니다. “평소 스킨십에 동의했다”는 주장은 방어력이 약합니다.
  • ‘취중 동의’ 논쟁: 취중의 언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동의를 형성·표현할 능력이 무너져 있으면 법적 동의로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취중이라도 의사결정·거부 표현이 명확히 가능했다면 심신상실·항거불능으로 보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 권력관계: 상사·코치·선배 등 위력이 지배하는 장면에서 피해자가 얼어붙었다면, 물리적 제압이 약하더라도 항거불능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5) 입증 포인트: ‘감정’이 아니라 ‘기록’

이 쟁점은 말의 힘보다 기록의 힘이 세습니다.
피해자라면 사건 직후 의료기록(혈중알코올·약물검사), 택시·결제·출입 로그, CCTV, 동행자 진술, 메시지 타임라인을 확보하세요. 피고소인이라면 연락을 즉시 중단하고, 만남 전후 대화·동선·결제 기록을 원본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괜찮냐” “미안하다” 같은 뒤늦은 메시지는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행위 당시 상대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고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면 방어의 뼈대가 됩니다.


맺음말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은 동의가 성립할 수 없거나, 거부가 현실적으로 봉쇄된 순간을 법이 포착하기 위해 두어 놓은 개념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하나는 의식·판단의 꺼짐, 다른 하나는 저항 능력의 봉쇄를 가리킵니다. 논쟁은 늘 경계에서 일어나므로,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그 밤의 분 단위 상황을 복원할 증거입니다. 감정이 아닌 기록, 추측이 아닌 절차로 사실을 세우는 것—그게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강력한 법적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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