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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우선’으로 방향 튼 2025년 「마약류 관리법 시행령」 해설

2025년은 마약 대응 패러다임이 “단속·투옥”에서 “치료·회복”으로 꺾이는 분기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월 21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마약류 중독자를 ‘사회복귀’가 아닌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유지·보호’까지 지원 대상으로 못 박고, 7월 2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개정안은 같은 날 공포된 법률 개정에 발맞춰 ①사회재활사업 세부 사업을 식약처 고시로 구체화하고, ②중독자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마약류중독자관리시스템’ 구축 근거를 신설하며, ③의료기관이 환자의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을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재정비해 환자 편의를 넓혔다. 입법자는 “마약 중독은 만성질환”이라는 의학적 합의와 10‒30대 사범이 전체의 60 %를 넘어선 통계를 근거로, 치료 보호를 형벌과 동일선상에 올려놓았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정부는 2024년부터 전국 9개 권역 치료보호기관을 지정하고 병원당 연 1억 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 치료 실적을 1년 만에 36 % 끌어올렸다. 2024년 7월에 건강보험이 처음 적용된 뒤 치료비 부담이 평균 40 %가량 줄었고, 상담‧재활 연계 센터도 24시간 전화번호(1342)를 통해 즉각 연결된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예산에서 치료·재활 항목을 전년 대비 200억 원 이상 늘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서울·용인·안동 등 취약 권역에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권역―지역―민간 상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초범 피의자가 선고 이전에 치료 프로그램에 입소해 실형 대신 보호관찰·교육명령을 선택받을 실무 창구가 넓어진다.

의료 현장도 바뀐다. 9월 19일부터는 암 통증뿐 아니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퇴원 연속치료, 전산 장애 등 상황에서도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 처방 전 투약내역 조회를 생략할 수 있다. 반대로 ‘오남용 우려가 없는 경우’라는 포괄 예외는 삭제된다. 진료실이 투약 이력 확인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업무정지 15일)과 형사책임이 동시에 걸리는 구조여서, 병원은 전산 로그와 진료기록 보존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약국은 투약내역 확인을 위해 DUR 시스템 연동을 의무화해야 약사법상 책임을 피해 간다.

실무 조언으로 돌아가 보자. 피의자 측은 초동 수사 단계부터 ‘중독 평가→권역 치료기관 입소→재활기록 발급’ 3단계를 선행하면, 새 양형기준이 요구하는 ‘재발 방지 노력’ 요건을 충족해 집행유예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검찰·법원은 치료 의향서·진단서·프로그램 이수증을 근거로 보호관찰관‧치료보호기관 간 협의 체계를 가동해야 제도가 실효성을 얻는다. 의료기관은 투약내역 조회 예외 사유 확대를 긴급 처방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처방 전 로깅·사후 보고 의무가 강화됐으므로 정보보호 담당자 지정과 로그 1년 보관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정부·지자체는 ‘재활 성과 연동형’ 보조금으로 예산 집행 방식을 전환해, 병원·센터가 치료 성공률을 공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이번 시행령은 중독자의 손을 잡아 법정 밖으로 끌어내는 첫 정교한 레일이다. 형사처벌이 끊어내지 못한 “재발의 고리”는 치료·재활·사회적 지지라는 세 점을 잇는 삼각형이 메워 줄 때만 끊어진다. 변호사인 필자는 매일 수사실과 상담실을 오가며 한 가지 확신을 갖는다. “강하게 잡아들이는 것보다, 오래 붙들어 주는 것이 재범을 줄인다.” 이 말을 입법으로 옮긴 것이 2025년 개정, 그리고 우리의 다음 과제는 그 입법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글│배한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