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다양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일명 몰카 범죄 변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가 많이 문제되고, 그 중에서 헤어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기를 임의제출해서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판례는 바로 다른 사람이 나의 휴대전화기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경우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전자정보가 제3자의 정보저장매체(USB)에 복제된 뒤 임의제출된 경우, 그 전자정보의 ‘원본’ 소유자인 피고인에게도 압수·수색 절차에서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지 여부로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전자정보가 제3자 소유·관리의 저장매체에 복제되어 임의제출된 경우, 복제 전자정보와 원본 전자정보의 내용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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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전자정보의 생성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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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전자정보를 제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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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전자정보를 직접 제출하거나 압수할 수 있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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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제출이 원본 소유자의 참여권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단지 전자정보의 ‘내용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원본 소유자까지 실질적 피압수자로 보아 참여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상 제3자의 임의제출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 사건의 배경
피고인의 교제 상대였던 A는, 피고인이 별건 성폭력 사건으로 법정구속된 직후 피고인의 PC에서 성관계 사진·영상 등 22개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A는 이를 자신이 소유·관리하는 USB에 복제하여 경찰에 임의제출했고, 동시에 PC 자체도 임의제출했습니다. 경찰과 검사는 이 USB 및 PC를 토대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범죄사실을 특정해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 원심 판단
원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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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PC의 관리처분권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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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에 저장된 복제 전자정보 역시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전자정보에 해당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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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탐색·출력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USB와 PC 모두 위법수집증거라고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PC에 저장된 원본 전자정보는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원심처럼 위법수집증거로 본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USB에 저장된 22개의 전자정보는 원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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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는 A가 소유·관리하는 저장매체이고,
그 안의 전자정보는 A가 직접 선별·복제한 파일이므로, USB 자체는 피고인과 무관함 -
A가 원본 PC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제 USB를 제출한 목적이 피고인의 참여권 회피라고 보기 어렵고,
USB 제출자(A)에게만 참여권을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없음 -
USB 임의제출 단계에서 USB 소유자인 A에게 참여권을 보장한 것만으로 충분하며,
단순히 ‘내용이 PC에서 복제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실질적 피압수자로 볼 수 없음
따라서 USB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적법수집증거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와 달리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어 파기환송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의 ‘참여권’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아래는 대법원 판례 전문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5도1549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
촬영·반포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
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 심 판 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1. 7. 선고 2024노159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10. 16.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공소사실의 요지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등
1) 피해자 성명불상(여, 일명 ○○)
피고인은 2017. 10. 3.경 불상의 모텔에서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침대 옆에 세워 두고 나체로 성관계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2) 피해자 공소외 1(가명, 여, 31세)
피고인은 2022. 5. 11. 15:00경 서울 종로구 (주소 1 생략) ‘△’ 호텔 불상의 호실에서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침대 앞에 세워 두고 나체로 성관계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하였고, 2022. 7. 13. 14:00경 서울 관악구 (주소 2 생략) ‘□□□’ 호텔 불상의 호실에서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침대 앞에 세워 두고 나체로 성관계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총 2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3) 피해자 공소외 2(여, 25세)
피고인은 2019. 6. 20.경 불상의 모텔에서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침대 앞에 세워 두고 나체로 성관계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것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2020. 11. 26.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총 23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
피고인은 2020. 5. 19. 이후 불상의 시기부터 2022. 7. 27. 10:50경까지 서울 구로구 (주소 3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 등에서 2016. 3. 14.경 불상의 모텔에서 성명불상의 피해자(여, 일명 ◇◇) 몰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침대 앞에 세워 두고 나체로 성관계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위 주거지에 있는 피고인의 데스크탑 PC(이하 ‘이 사건 PC’라 한다)에 이동시켜 저장하는 방법으로 소지한 것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피해 여성들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한 동영상 또는 사진 등 촬영물 총 42개를 소지하였다.
-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 부분(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1, 2번)에 관하여, 판시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한 피고인의 제1심 법정진술과 피해자 공소외 1의 고소장은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반면에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1) 공소외 3이 임의제출한 이 사건 PC 및 그 저장 전자정보와 이 사건 USB 및 그 저장 전자정보에 관하여 피고인이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위 임의제출 과정과 이 사건 PC 및 이 사건 USB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경찰이 피고인에 대한 제1회 및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 이 사건 PC 포렌식 결과 분석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 것은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할 뿐 그로써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치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그러므로 이 사건 PC 및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이 사건 USB 및 그 안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위 각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피고인의 제1심 법정진술 제외)도 증거능력이 없다. 피고인이 제1심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유죄 부분 제외)을 자백하였으나,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영장주의,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22. 7. 22. 원심 판시 범죄전력 기재 사건의 제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2) 피고인과 약 8년간 교제한 사이인 공소외 3은 2022. 7. 25.경 피고인의 주거지에 있던 이 사건 PC에서 성관계 사진 및 동영상을 발견하고, 같은 날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경찰에 고소하였다.
3) 공소외 3은 2022. 7. 27.경 이 사건 PC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과 동영상 중 22개를 선별, 복제하여 저장한 USB(이하 ‘이 사건 USB’라 하고, 그 안에 저장된 22개의 복제 전자정보를 ‘이 사건 전자정보’라 한다)와 이 사건 PC를 경찰에 임의제출하고, 같은 날 정보저장매체 원본반출 확인서에 전자정보의 탐색ㆍ복제 등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경찰로부터 이 사건 USB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에 관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받고 전자정보확인서에 날인하였다.
4) 경찰은 이 사건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이 사건 USB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피해자와 범행일시 등 범죄사실을 특정하여 수사를 진행하였다. 경찰은 2022. 9. 21. 제1회 피의자신문 및 2022. 10. 21.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PC에 대한 포렌식 결과 분석 과정에 대리인을 참여시킬 의사가 있는지 물었으나, 피고인은 대리인을 참여시킬 의사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나. 제1, 2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PC 및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참여권 보장에 관한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다. 제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이 사건 USB 및 그 안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전자정보가 제3자 소유ㆍ관리의 정보저장매체에 복제되어 임의제출되는 경우에 복제 전자정보와 원본 전자정보의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복제 전자정보 생성 경위와 지배관리 상태, 복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하게 된 경위, 원본 전자정보 임의제출이나 압수ㆍ수색 가능성 등 제반 사정과 전자정보 압수ㆍ수색에서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무분별한 탐색ㆍ복제ㆍ출력 등을 방지하려는 참여권의 의의 및 기능을 종합적으로 살펴, 원본 전자정보 임의제출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오직 원본 전자정보 관리처분권자의 참여를 배제할 목적으로 원본 전자정보 대신 복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하는 경우 등과 같이 복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하는 사람에게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정보의 동일성을 들어 복제 전자정보 임의제출자 외에 원본 전자정보 관리처분권자를 실질적 피압수자로 평가하고 그에게 참여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3도3626 판결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사기관이 이 사건 USB 및 이 사건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한 공소외 3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이 사건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교부한 이상, 이 사건 USB 및 이 사건 전자정보의 임의제출이 위법하다거나 이 사건 전자정보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외 3이 임의제출한 이 사건 USB는 공소외 3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로서 그 자체로는 피고인과 관련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전자정보는 공소외 3이 이 사건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중에서 피해자들의 신체 또는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 총 22개를 선별, 복제하여 자신이 소유․관리하는 이 사건 USB에 저장한 것이다.
나) 비록 공소외 3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USB뿐만 아니라 이 사건 PC도 임의제출하기는 하였으나, 공소외 3이 이 사건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자인 피고인의 참여를 배제할 목적으로 그중 일부를 복제한 이 사건 전자정보를 이 사건 USB에 저장하여 임의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하는 사람에게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 따라서 이 사건 USB 및 그 안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의 임의제출자인 공소외 3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사건 USB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가 이 사건 PC로부터 유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PC 소유자이자 그 저장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자인 피고인을 실질적 피압수자로 보아 피고인에게까지 참여의 기회를 부여해야만 그 임의제출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USB에 저장된 이 사건 전자정보도 이 사건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동일하게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이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피고인의 제1심 법정진술 제외)도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자백의 보강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유죄 부분 제외)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복제 전자정보 압수ㆍ수색절차에서의 참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