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부패범죄 등 중요 형사사건에서는 위법수집증거가 법정에서 중요 쟁점으로 다루어 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오늘은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의미 있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수집한 통화녹음 파일 등 전자정보가 존재했고, 그 전자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와 법정진술, 증인신문 내용 등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수집된 1차적 증거뿐만 아니라,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2차적 증거 역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절차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고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본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검토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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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전자정보를 수집한 방식 자체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하였고, 그 위법의 정도가 비교적 심각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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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전자정보가 뇌물 수사의 출발점이자 핵심 근거였고, 피고인들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그 전자정보의 핵심 내용을 제시받거나,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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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이 구속된 상태에서 짧은 기간 내에 법정에 서게 되었으며,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게 된 원인을 이 전자정보의 영향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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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들의 법정진술 역시 대부분 전자정보를 전제로 진행되었고, 심지어 전자정보가 직접 제시되지 않은 증인조차도 해당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증인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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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이 전자정보가 아닌 다른 독립적 증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정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점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 및 증인들의 법정진술은 모두 위법수집증거의 영향 아래 이루어진 2차적 증거에 해당하고,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확인한 결정입니다. 특히 형사사건, 그중에서도 뇌물·부패 사건처럼 간접증거 의존도가 높은 사건에서, 초기 단계의 위법한 수사절차가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부패·경제·마약·성범죄 등 각종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불법수집증거를 제시하거나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했다면, 이후의 법정진술조차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아래는 대법원 판례의 전문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3도12127 가. 뇌물수수
나. 뇌물공여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원 심 판 결 부산고등법원 2023. 8. 10. 선고 (울산)2022노82 판결
판 결 선 고 2025. 11. 20.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피고인 1에 대한 사기 부분 제외)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 이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 등의 지위
1) 피고인 1은 환경컨설팅업 등을 영위하는 공소외 1 회사를 운영하면서 「2016년도 화학사고 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의 연구사업자로 선정되어 2016. 7.경부터 2021. 6.경까지 환경부의 위임을 받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합계 약 40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고, 2017. 6.경 「2017년도 환경기술 국제공동 현지사업화 지원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사업자로 선정되어 2017. 7.경부터 2019. 2.경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정부지원금 5억 2,000만 원을 지급받아 이 사건 사업을 수행하였다.
2) 피고인 2는 2017. 7. 1.경부터 2017. 12. 31.경까지 울산광역시청 ○○국 소속 △△△과장으로서 환경분야 인허가 등 업무를 총괄하였고, 2018. 1. 1.경부터 2019. 12. 31.경까지 울산광역시청 ○○국 소속 □□□과장(◇◇◇과장)으로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건강조사 및 대책 수립 등 업무를 총괄하였다.
3) 피고인 3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실장으로서 환경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이 사건 사업의 사업자 선정, 사업비 조정, 연도별 사업평가 등 업무를 총괄하였다.
4) 피고인 4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단장으로서 환경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2016년도 화학사고 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등 R&D 사업의 연구사업자 선정, 연구비 조정, 연도별 평가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다.
5) 원심공동피고인 1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실에 소속된 책임연구원으로서, 원심공동피고인 3은 공소외 1 회사의 연구개발팀장으로서 각각 이 사건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였다.
나. 이 사건 수사 및 공판 경위
1) 피고인 1 등에 대한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시험검사법’이라 한다) 위반 등을 수사하던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검사를 통하여 2019. 11. 7.경 의정부지방법원 판사로부터 ’피고인 2가 소지․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제1 영장’이라 한다)을 발부받았다. 제1 영장의 범죄 혐의사실은 ‘피고인 2 등이 2017. 3. 16.경부터 2017. 7. 24.경까지 사이에 공소외 2 회사 등 대기측정의뢰업체에 대한 대기측정기록부를 작성, 발급함에 있어서 측정분석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기록하였다‘라는 환경시험검사법 위반에 관한 것이다. 제1 영장에는 ’압수물 중 저장매체 부분은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로 압수대상을 제한한다‘라는 일부기각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2) 특별사법경찰관은 2019. 11. 13. 제1 영장을 집행하여 피고인 1의 휴대전화 1대(삼성 갤럭시 S8+, 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를 압수하고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진행하여 제1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피고인 1의 뇌물공여, 피고인 2, 피고인 3의 뇌물수수 등 혐의와 관련된 피고인 1, 피고인 2 사이의 대화, 피고인 1, 피고인 3 사이의 대화, 피고인 1과 공소외 1 회사의 회계 업무 등을 담당한 공소외 3 사이의 대화 등이 녹음된 통화녹음 파일 73건 및 카카오톡 등 문자메시지(이하 ‘이 사건 전자정보’라 한다)를 발견하여 이를 탐색․수집하였다. 이후에도 특별사법경찰관은 이 사건 전자정보를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였다.
3) 환경부장관은 제1 영장 집행일로부터 약 1년 5개월이 경과한 2021. 4. 2.경에야 비로소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의 뇌물범죄 등에 대하여 수사를 의뢰하였다. 환경부장관 명의의 수사의뢰서에는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의 뇌물범죄와 관련된 혐의사실을 정리한 자료, 위 사람들 사이의 통화녹음 파일을 ‘파일명, 통화자(통화일시, 시간), 통화 주요 내용’의 형태로 정리한 자료, 피고인 1의 통화녹음 파일 73건을 시디(CD)에 복제한 자료 등이 첨부되어 있었다.
4) 이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이하 ‘담당 검사’라 하고, 그 지휘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검찰수사관을 ‘담당 수사관’이라 하며, 함께 지칭할 때는 ‘담당 검사 등’이라 한다)는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기초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였고, 이 사건 전자정보를 통해 드러난 통화내용,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전제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외에도 피고인 4 및 원심공동피고인 3, 원심공동피고인 1을 추가로 피의자로 특정하여 수사를 진행하였다.
5) 담당 검사 등은 수사 개시 직후인 2021. 4. 6.경부터 순차적으로 이 사건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 등을 정리한 수사보고 및 통화녹음 파일 녹취록 등을 작성하였고,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근거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의 뇌물범죄 혐의와 관련된 금융계좌에 관하여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여 그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피고인 1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공소외 3 명의 계좌 거래내역, 공소외 1 회사의 법인계좌 거래내역 및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하였다.
6) 담당 검사는 2021. 5. 24. 울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전자정보 등에 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였으나 ‘새로운 범행 관련 자료가 있다는 소명이 없고, 제1 영장의 집행과정에서 압수된 자료를 기초로 진행된 수사가 지금에 이르러 이전 압수자료에 대한 새로운 압수수색영장 발부로 적법 여부가 좌우되지 않음에 비추어 필요성 없음’이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7) 담당 검사는 2021. 6. 4. 다시 울산지방법원에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에 대한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등을 범죄사실로 하여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제2 영장’이라 한다)을 청구하여 발부받았다. 제2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제1 영장에 근거하여 압수한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 중 피의자 피고인 2 등의 뇌물수수 등 본건 범죄사실과 관련이 있는 녹음파일, 문자메시지(카카오톡 포함) 등 전자정보’라고 기재되어 있고, ‘압수할 장소’로 ‘제1 영장에 따라 압수한 이 사건 전자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환경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보관 및 관리부서’라고 기재되어 있다. 담당 검사 등은 제2 영장을 집행하여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서 추가 통화녹음 파일 등을 압수하였다.
8) 이후 담당 검사 등은 이 사건 전자정보와 그 내용이 정리된 수사보고 등을 기초로 범행 일시와 장소, 뇌물공여 또는 뇌물수수 금액 등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한 혐의사실을 특정한 다음, 2021년 6월 말경부터 2021년 9월 말경까지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 및 참고인 공소외 3, 공소외 4 등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진술 조사를 하였다. 참고인 공소외 3은 이 사건 전자정보에 근거하여 조사 대상자로 특정되었고, 참고인 공소외 4 또한 이 사건 전자정보에 근거하여 피의자로 특정된 피고인 3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공소외 4를 목격자로 지목하자 조사 대상자로 특정되었다. 담당 검사는 위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 공소외 4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두 통화내역 등 이 사건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 또는 그 내용이 정리된 수사보고, 녹취록 등을 제시하면서 그에 관하여 신문하였고, 참고인 공소외 4에 대해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 및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지득한 내용을 전제로 신문하였다.
9) 담당 검사는 2021. 9. 10.경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이를 집행하여 구속 수사를 이어갔고, 2021. 9. 27. 및 2021. 9. 29.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 공소사실 중에는 원심 판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 1의 각 뇌물공여 부분,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각 뇌물수수 부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
10) 피고인 1, 피고인 3 및 원심공동피고인 1, 원심공동피고인 3은 제1심에서 “이 사건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관련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2는 제1심에서 뇌물수수와 관련하여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일부 공소사실의 경우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직무 관련성이 없으므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4는 제1심에서 뇌물수수와 관련하여 “피고인 1 등과 식사를 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 1로부터 현금을 받은 사실은 없고, 식사도 대가성이 없으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통화녹음 파일 등)를 바탕으로 기소된 것이므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11) 피고인 2, 피고인 4가 부인하는 뇌물수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 피고인 2, 피고인 3, 공소외 4, 공소외 3(이하 이 증인들을 통틀어 칭할 때에는 ‘증인들’이라 한다)은 제1심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제1심에서 이루어진 증인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가 제시되거나 인용되지 않았고, 제1심에서 이루어진 증인 피고인 2, 피고인 3, 공소외 3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가 제시되거나 인용되었다.
12) 피고인 1, 피고인 2는 제1심과 달리 원심에서부터는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의 법정진술이 위법수집증거에 기초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13) 피고인 2가 부인하는 뇌물수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 피고인 2는 원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제1심에서 자백한 이유 중 하나로 ‘담당 검사가 피의자신문 당시 제시한 통화 녹음파일 등 이 사건 전자정보의 존재’를 들었다.
14) 원심은 2023. 4. 21. 피고인 4이 부인하는 ‘2017. 8. 9. 뇌물수수’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행현장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하여 검사, 피고인 1, 피고인 4 및 각 그 변호인, 공소외 4 등의 참여하에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다. 피고인 1, 피고인 4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공소외 4는 피고인 1이 피고인 4에게 빵집에서 사용하는 갈색 봉투에 싼 현금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전달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전자정보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작성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등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 및 증인 피고인 2, 피고인 3, 공소외 3의 각 제1심 법정진술 중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하여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부분’은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획득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나, ②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이 제1심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또는 일부 자백하거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한 법정진술, 증인들의 각 제1심 법정진술 중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하여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원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와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과 증인들의 각 제1심 법정진술 또는 일부 법정진술, 증인 피고인 2의 원심 일부 법정진술, 원심의 검증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 1에 대한 각 뇌물공여,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각 뇌물수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전체적ㆍ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고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사안이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나 이를 기초로 획득된 2차적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2차적 증거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2차적 증거인 피고인의 법정진술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역시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특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개시의 단서가 되었거나 사실상 유일한 증거 또는 핵심증거이고 위법의 정도 역시 상당할뿐더러,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1차적 증거를 제시받거나 1차적 증거의 내용을 전제로 신문받은 바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인의 법정진술도 1차적 증거를 직접 제시받고 한 것과 다름없거나 적어도 1차적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하기 어려운 정황에 속한다. 이러한 경우라도, 피고인의 법정진술이 다른 독립된 증거에서 기인하는 등 1차적 증거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된다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도1268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원심의 판단과 같이, 특별사법경찰관이 제1 영장으로 그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 사건 전자정보를 탐색ㆍ수집ㆍ보관한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고,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들에 대한 각 진술조서 등(이하 ‘검사 작성 조서 등’이라 한다)은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로서 그 절차적 위법과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전자정보 및 검사 작성 조서 등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2)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과 증인들의 각 제1심 법정진술, 증인 피고인 2의 원심 법정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은,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로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수사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전자정보 압수․수색절차에 요구되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함으로써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
나)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한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관련 수사는 위와 같이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개시되었다. 이 사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거나 공소제기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과 증인들이 법정에서 피고인 또는 증인으로서 진술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은 검사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이 사건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 또는 그 내용이 정리된 수사보고, 녹취록 등을 제시받거나 이 사건 전자정보에 포함된 통화내역에 관한 질문을 받아, 검사가 이 사건 전자정보를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 중 일부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혐의사실을 부인하다가 이 사건 전자정보를 제시받은 이후 기억은 없지만 통화 내용에 나타난 사실관계는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진 시점과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의 제1심 법정진술이 이루어진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길지 않은바, 그러한 사정은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또는 일부 인정하거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라) 검사는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범행 일시와 장소, 뇌물공여 또는 뇌물수수 금액 등을 특정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로서는 제1심 법정진술 전에 이미 이러한 사정과 이 사건 전자정보가 증거로 확보되어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전자정보를 통해 명확히 드러나는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부인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 1, 피고인 2는 이 사건 전자정보를 통해 드러난 뇌물범죄 혐의에 대하여 구속영장이 발부, 집행되어 구속된 상태로 제1심에서 재판을 받았다. 즉,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전부 또는 일부 인정하는 듯한 법정진술을 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다름 아닌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전자정보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마) 증인들은 피고인 2, 피고인 4가 부인하는 뇌물수수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 또는 원심에서 증인으로서 진술하였는데, 증인 공소외 4를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사건 전자정보가 직접 인용되거나 제시되어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신문이 이루어졌다. 증인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가 직접 인용되거나 제시된 적은 없으나, 공소외 4가 조사 대상자로 특정된 경위와 증인신문 내용 등을 고려해 보면, 증인 공소외 4 또한 이 사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통해 지득한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증인 공소외 4가 법정진술 당시 면전에서 이 사건 전자정보를 제시받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바)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이 이 사건 전자정보가 아닌 다른 독립된 증거에 기인하여 공소사실을 전부 또는 일부 인정한다는 취지의 법정진술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하여 검사가 제대로 증명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결국, 피고인들(원심 공동피고인들 포함)과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전자정보에 기초한 2차적 증거들로,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없는 이상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각 법정진술의 전부 또는 일부에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1에 대한 각 뇌물공여,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각 뇌물수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 파기 이유는 상고이유로 주장하지 않은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에 따라 피고인 3에 대한 부분도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이유무죄 부분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피고인 1에 대한 사기 부분 제외)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피고인 1에 대한 사기 부분 제외)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